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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연재/릴레이소설 이벤트 극검의 꼬리를 물어라![완]

릴레이소설 이벤트 극검의 꼬리를 물어라! - 일곱번째 이야기

일곱번째 이야기

글쓴이 따뜻한 봄

 

  추적은 사흘째 이어졌다. 저녁에 회사에서 돌아오면 곧장 게임에 접속해서 네다섯 시간동안 숲을 헤매다가 게임을 종료하는 일이 지루하게 이어졌다. 철우는 어느새 관악산을 벗어나서 삼성산 기슭으로 이동해 있었다. 산의 높이는 좀 더 낮아졌지만 어차피 게임 속이라 철우의 몸에 가해지는 부담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제한시간이 얼마나 남은거지…….’

  철우는 잠시 상태창을 조작해 퀘스트 잔여시간을 확인했다. 퀘스트 상태창엔 퀘스트 잔여시간이 2일임을 표시하고 있었다. 가상현실게임 ‘아포칼립스’는 낮과 밤, 계절이 정 반대인 것만 빼면 완전히 현실세계와 시간의 흐름이 같았기에 철우는 마음이 조금씩 조급해졌다. 오늘 끝내지 못하면 정말 남은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망할, 반복 불가능 퀘스트만 아니었으면 일단 돌아갔다가 다시 시작하는 건데.’

  철우는 치솟는 짜증을 간신히 다스렸다. 이 망할 퀘스트는 난이도에 걸맞게 시간제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반복불가능 퀘스트이기까지 했다. 즉 제한시간을 넘겨서 퀘스트를 실패하면 영원히 재도전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건 단 한 가지, 이 퀘스트는 게임 내부에 중요한 스토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것이 철우와 철우의 길드가 이 악조건 속에서도 쉽사리 퀘스트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게임 내 수많은 스토리 분기점이 있어서 서버마다 진행되는 스토리 양상이 전혀 다른 아포칼립스는 지금까지 열린 8개의 서버 중에 2개의 서버가 세계 멸망이라는 스토리로 귀결된 반면 가장 진척속도가 빠른 제 7서버에서는 구 휴전선 일대까지 전선을 회복한 한국 게이머들이 무차별적인 포격을 통해 DMZ 생태계 재편을 진행 중과 아울러 전 서버 최초로 태평양 항로를 개척해 북미 게이머들과 연계하는 쾌거를 이룬 상태였다. 이렇듯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한 번 잡은 스토리 퀘스트는 어떻게 해서라도 달성해야 했다. 철우는 다시금 단말기를 조작해 지도창을 열었다.

  ‘하필 이 지역은 우리서버에선 전혀 탐사조차 안 된 지역이라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응?’

  지도를 내려다보며 고민하던 철우의 귀에 무언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철우는 재빠르게 바닥에 엎드렸다. 역시나 일단의 외계생물체들이 숲 너머에서 이동 중이었다. 그들의 소름끼치는 괴성을 들으면서, 철우는 벌러덩 드러누웠다.

  ‘에라 모르겠다. 공략도 없고 지도정보도 없고 정보가 하나도 없으니 쥐쥐다 쥐쥐!'

  그는 마침내 자포자기하고 말았다. 철우가 속한 8서버는 2년 전 만들어진 최신서버이며 ‘최후의 서버’라는 요상한 별명이 붙은 서버였다. 전 세계에서 이 서버로 몰려든 38만 명의 게이머들은 주로 7서버에서 전파된 정보를 바탕으로 빠르게 도시개척에 나선 상태였다. 물론 악랄한 아포칼립스 개발진들은 7서버와 8버서의 상황을 상당히 다르게 설정 해 놓았지만(덕분에 8서버 한국 게이머들은 7서버의 정보만 믿고 광주까지 교통로를 개척했으나 그 인근에 도착한 선발대가 7서버와 달리 폐허와 외계종들만이 가득한 도시를 발견하고 거의 똑같은 시간에 다른 탐사팀이 대전, 논산일대에서 외계인과 전투중인 다수의 NPC를 발견하면서 장대한 삽질로 결론지어졌다. 그날 8서버 홈페이지는 꼭지가 돈 수많은 게이머들의 항의글로 들끓었다.) 그래도 7서버를 비롯한 기존 서버들에서 축적된 각종 데이터들은 8서버 플레이어들의 게임진행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데이터들을 아무리 뒤져도 이 퀘스트와 관련된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서울 일대를 완전히 장악한 7서버의 공략정보글에서도 관악산 일대에 이런 퀘스트가 있다는 얘기는 없는 것이다. 기존 서버에서 발견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8서버만의 독자적인 퀘스트인 모양이었다.
  이런 마당에 혼자서 이 드넓은 산등성이를 뒤지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길드원이라도 지원 와주면 모르겠는데 지금 통영-대전간 고속도로 수복 이후 설치한 휴게소들의 이권을 가지고 거대 길드들 간의 세력다툼이 정신없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길드에서도 인원을 추가로 파견할 여력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나마 항공 정찰기에 의뢰를 넣어서 물자지원이나마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 다행이면 다행일까, 당분간은 자신만이 이 퀘스트 담당으로 돌려져 있는 상황이었다.

  ‘그냥 며칠 더 들쑤시고 다니다가 퀘스트 시간 종료되면 길드로 복귀해야겠다. 내가 온라인게임 하러 왔지 패키지 게임 하러 왔냐?’

  결심을 반쯤 굳힌 철우는 좀 더 쉬다가 접속종료를 할 요량으로 배낭을 벗었다. 등에 베기는 느낌 때문이기도 했고 이 녀석을 베개 삼아 쉬려는 목적에서였다. 그 때 메시지 하나가 그의 눈앞에 떴다.

  [아이템을 떨어뜨렸습니다.]

  “엉?”

  놀라서 고개를 들려보니 며칠 전 꺼내 보았던 책이 떨어져 있었다. 한 번 훑어 본 뒤에 가방 안쪽에 쑤셔 넣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작은 주머니에 꽂아 넣었다가 떨어진 모양이었다. 안에 넣든 옆에 넣든 그냥 두면 될 것을 쓸데없는데서 세세하게 구현해 놓았다며 투덜거린 철우는 손만 옆으로 뻗어 책을 집어 들고는 살짝 먼지를 털었다. 묘하게 감상적인 제목도 그렇지만 이 책은 입수한 장소부터 특이한 구석이 있었다. 그는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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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차의 포신이 굉음과 함께 불꽃을 내뿜었다. 곧이어 수백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밀려오던 외계생물들의 무리 한 부분이 터져 나갔다. 철우는 전차의 왼편에서 그 광경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장난 아니 구만.”

  “한눈팔지 마! 이제 확산탄 몇 발 안 남았어! 연료도 얼마 없는 게 지금 저 휴게소 못 뺏으면 우린 끝이야!”

  길드장이 철우를 향해 신경질적인 고함을 내질렀다. 철우는 황급히 총구를 전방으로 겨눴다. 확대모드로 전환된 화면 한 가운데 징그러운 외계생물의 모습이 들어왔다. 마치 저글링처럼 생긴 놈은 정신없이 침을 흘려대며 이쪽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그 굉장히 실감나는 모습에 철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 역시 그래픽 설정을 좀 낮게 해야 하나. 너무 징그럽잖아.’

  그는 생각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묵직한 반동과 동시에 조준경 너머에 있는 놈의 머리가 수박 터지듯이 깨져나갔다. 달리던 자세 그대로 엎어지는 상대를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철우는 다음 목표로 방향을 돌렸다. 꾸물거린 시간이 없을 정도로 온 사방에 적들이 가득했다. 분주하게 총을 쏘는 그의 귀로 어지러이 대화가 오갔다.

  [따뜻한 봄/판소카페 아포칼립스지부(전체) : 입구 청소 완료!]

  “좋아! ‘호랭총각’ 길드부터 안으로 진입하세요! 건물 확보 되는대로 정규군 투입합니다!”

  8서버를 발칵 뒤집은 대전 발견 이후 정규군 NPC 350명과 그들에게 고용된 23개 길드 및 일반 참가유저 886명이 참가한 ‘제 3차 통영-대전간 고속도로 수복 작전’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앞선 두 차례의 시도가 엄청난 피해만 남긴 채 실패로 돌아간 이후 무리한 교통로 확보시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새로운 도시인 대전의 각종 이권을 차지하고자 하는 유명 길드들의 적극적인 노력 끝에 재개된 작전은 지금 그 분수령에 도달해 있었다.
  여섯 번 째 표적을 꺼꾸러뜨린 철우는 탄창을 교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인 정찰기를 통해 적들의 움직임을 미리 포착한 원정군은 목적지인 남대전 나들목에서 가장 가까운 인삼랜드 휴게소를 중심으로 방어진을 형성하고 전투에 돌입한 상태였다. 원래는 작전 시작 전에 휴게소를 확보하고 주변에 진지를 구축한 뒤에 전투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휴게소 안에 생각보다 많은 적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는 바람에 제 때 휴게소를 장악하지 못했고 결국 도로 위에서 적들에게 포위당한 상태였다. 가히 원정군 최대의 위기라고 할 수 있었다.

  “휴게소 아직 멀었냐! 저것들 고속도로 위로 기어 올라오고 있어!”

  “망할! 확산탄 다 썼어! 이제부터 일반탄으로 싸운다!"

  “발전차량 보호해! 그거 부서지면 전기 철조망이고 뭐고 다 먹통이야!”

  다급한 공기가 철우의 피부를 자극하고 있었다. 벌써 선두의 유저 중 일부는 원거리 공격을 받고 빈사상태에 빠진 경우까지 있었다. 바닥에 누운 동료들이 완전히 사망하기 전에 후송하거나 부활시키기 위해 구출조가 바쁘게 돌아다녔다. 두 번째로 탄창을 교체하고 나니 이제는 조준경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양 진영의 거리가 가까워진 상태였다. 철우는 눈앞에서 괴성을 질러대며 달려드는 괴물들을 정신없이 해치웠다.

  [극검/초딩박멸단(전체):좋아! 건물 장악 완료! 휴게소 안으로 후퇴하세요!]

  마침내 기다리던 후퇴명령이 떨어졌다. 전차와 장갑차를 중심으로 한 정규군 기갑부대가 저지선을 형성하는 사이 나머지 병력들은 황급히 휴게소 안으로 뛰어 들어가 화단 등 각종 엄폐물 뒤로 숨어들었다. 철우도 건물 안으로 들어가 지정된 사격위치에 앉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가 배치된 곳은 지휘부 바로 앞이었다.

  [리이/디씨판갤(전체) : 다 들어왔음!]

  40여명의 병력과 1대의 장갑차를 희생한 뒤 마침내 모든 병력이 휴게소 안으로 들어오자, 정규군이 건물 곳곳에 설치한 각종 센트리 건이 지정된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움직이는 물체들에 대해 무차별 사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거기에 전열을 재정비한 원정군의 화력이 더해지니 휴게소 앞 도로는 그야말로 폭발과 살육의 연회장이 되었다. 너무 많은 연기와 열기 때문에 열 감지 모드로 전환해도 저격할 목표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화염방사기나 끼고 올 걸 별로 킬 수도 못 올리고 이게 뭐야.”

  철우는 길드아지트에 두고 온 자신의 화염방사기가 못내 아쉬웠다. 있는 대로 강화를 한 비싼 물건이라 전투 중에 빈사상태가 되어서 잃어버리거나 할까봐 두고 왔는데 그것만 있었으면 지금쯤 전방에서 신나게 바비큐 파티를 하고 있었을 것을 후방에 앉아 잘 하지도 못하는 저격전을 벌이려니 영 감질맛이 났다. 그가 입맛을 다시는 사이에도 전투는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엄청난 원정군의 화력에 대해 외계생물체들은 압도적인 물량공세로 대응했다. 센트리건의 탄착군이 점점 휴게소로 다가오고 그에 비례해 병사들과 지휘부의 초조함도 점점 심해졌다.

  “탄약 부족합니다! 제 1 · 2 · 8 포대 작동 중시!”

  “탄약차 안에 있는 것들 있는 대로 싹싹 긁어모아서 센트리 포대 쪽에 집어넣어요! 항공지원은?”

  “사천공항에서 막 이륙했답니다! 여기가지 도착하는데 20분!”

  “늦어! 1, 2분이 아까운데…… 저것들 대체 얼마나 되는 거야?”

  “그게 확실하게 확인이 안 됩니다. 레이더 바깥에서부터 끝없이 몰려드는 중! 추정 개체수 4천 개체 이상!”

  “어어!”

  잠시 지휘부의 의논을 엿듣고 있던 철우는 갑작스런 고함소리에 놀라 전방을 바라보았다. 탄약부족으로 약해진 센트리 건의 화망을 뚫고 몇 마리의 외계생물이 오른쪽 통로를 돌파해 주차장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선두에 선 것은 전면에 두터운 경질장갑을 두른 돌격종이었다. 놈들은 몇 개의 레이저광선을 이마로 받아내며 주차장의 자동차 잔해 두어 개를 뒤집어 엎어버렸다. 그 뒤에 엄폐하고 있던 병사 몇 명이 공중으로 튕겨나가 처박혔다. 유저들 사이에서 낭패한 분위기가 퍼져나갔다.

  [극검/초딩박멸단(전체) : 예비! 예비 병력이 돌격종 공격해요! 지금 못 잡으면 안 됩니다!]

  다급한 지휘관의 외침에 따라 몇몇 유저들이 공격을 가했지만 그 모든 공격을 받아내며 굳건히 자리를 지킨 놈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포효를 내지르며 좌충우돌 날뛰었다 그 뒤를 따라 수백 마리는 될 법한 괴물들이 밀고 들어왔다. 유저가 조종하는 길드소속 전차 하나가 각종 포와 발칸을 쏘아대며 육탄돌격을 감행해 길목을 막았지만 점차 원정군의 전열이 흐트러졌다. 용감한 돌격을 감행했던 전차마저 괴물들에게 뒤덮여 보이지도 않게 되고 탄창이 다 떨어진 철우가 저격총을 내던지고 배낭에서 다른 보조병기를 꺼내들고 있을 때, 갑자기 휴게소 앞 도로에 엄청난 폭발이 연속해서 이어졌다. 도로를 가득 메웠던 외계괴물들이 순식간에 숯덩이가 되고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휴게소 맞은편 언덕에서부터 수십 대의 헬기가 솟아올랐다.

  [ZeroHero/엘도라도탐험대(전체) : 야 아까부터 뭐가 이리 시끄럽나 했더만 여기까지 왔네 ㅋㅋ 수고 많았어요.]

  [극검/초딩박멸단(전체) : 뭐야 너희 대전 시내 처박혀서 질질 짜고 있을 줄 알았더니 그건 언제 확보했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ZeroHero/엘도라도탐험대(전체) : 이거 대전에 있는 정규군 거 ㅋㅋ 걔네 지금 남대전 나들목까지 확보했음. 야 근데 진짜 졸라 많네, 그냥 대충 쏴도 한 천 마리는 잡겠다. 가까이 있는 것들 너희가 잡아 우리가 주변에 있는 것들 다 쓸어 담을게.]

  [극검/초딩박멸단(전체) : ㅇㅇ 여러분 힘냅시다 이제 거의 다 끝났어요!]

  전체 채팅창으로 상황을 파악한 원정군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사기를 회복한 그들의 맹렬한 사격에 주차장 안으로 뛰어든 놈들과 주변 도로에서 알짱거리던 괴물들이 전부 피떡이 되어 주저앉았다. 휴게소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바글거리고 있던 괴물들은 헬기에서 발사한 미사일과 개틀링 포에 곤죽이 되었다. 휴게소 50m 너머에 사람이 만들어낸 지옥도가 펼쳐졌다. 곧이어 사천비행장에서부터 날아온 전투기들에서 떨어진 폭탄이 잔당들을 깡그리 정리하며 전투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와, 겨우 끝났네.”

  철우는 창틀에 기대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시야 아래에선 주차장 위로 천천히 내려오는 헬기와 그 주변에 모여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유저들이 보이고 있었다. 철우도 그 기쁨의 물결에 합류하러 몸을 돌렸다. 그리고 계단 구석에 쓰러져 있는 물체를 확인했다.

  ‘어 누가 빈사상태로 쓰러진 건가?’

  철우는 놀래서 그쪽으로 다가갔다. 적의 공격으로 생명력이 바닥이 난 유저는 그대로 빈사상태에 빠져 쓰러진다. 그 상황에서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거나 심폐소생술을 습득한 유저에게 구조를 받지 않고 30분 이상 방치되면 완전히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는데, 로그라이크 게임인 아포칼립스에서는 완전히 사망할 경우 그대로 캐릭터가 삭제되어버리고 만다. 열심히 키운 캐릭터가 삭제되어버리는 것만큼이나 게임 플레이에서 충격을 주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파티를 짤 때는 여러 가지 구명장비를 필수적으로 챙기는 게 게임 내의 일반적인 분위기이다. 실제로 이번 원정에서도 90명 정도의 캐릭터가 구조되지 않아 사망했으며, 플레이어보다 훨씬 상황이 좋지 않은 NPC 정규군의 경우는 200명 이상이 사망한 상태였다.

  “이봐요, 괜찮아요?”

  서둘러 다가가 상대의 안위를 확인하던 철우는 흠칫 놀랐다. 상대의 의복 밖으로 앙상한 뼈가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놀랐지만 곧이어 그것이 쓰러진 NPC나 플레이어가 아니라 단순히 시체라는 걸 깨달은 철우는 오히려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이런 시체의 경우 루팅을 하면 여러 가지 물건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설사 쓸모 있는 물건이 나오지 않더라도 상대의 신원을 알 수만 있다면 사망자센터에 신고하고 그 보상금을 챙길 수 있었다. 혹은 드물게도 어떤 퀘스트의 시발점이 되기도 하고…… 철우의 경우는 마지막 세 번째였다. 뭔가 신기해 보이는 책이 튀어나온 것이다.

  “마지막 인류학자의 기록? 이게 뭐야.”

  철우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책을 한 장 넘겨보았다. 거기엔 급하게 휘갈긴 필체로 글이 쓰여 있었다.

  [서울특별시 강남구 제3관측기지 책임소장 고영진]

  “흠, 뭔가 연구기록인가?”

  철우는 책을 든 채로 잠시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런 퀘스트도 표시되지 않았다. 좀 더 책의 내용을 봐야 하나 해서 책장을 넘기려는 순간 그를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극검/초딩박멸단(길드) : 길원들 전부 주차장 2블록으로 모여주세요!]

  철우는 우선 책을 배낭 안에 집어넣었다. 다시 계단을 내려가면서 철우는 시신에 눈길을 주었다. 그 누구도 찾지 않는 건물 한 귀퉁이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을 상대방이 어쩐지 측은했다.

  ‘뭔 생각이람, 어차피 게임 프로그램인데.’

  철우는 고개를 흔들어 자신의 상념을 떨쳐내고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가 자신의 배낭 속에 처박힌 책에 대해 다시 떠올리는 것은 그로부터 몇 달 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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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상을 마친 철우는 잠시 책을 쓰다듬었다. 이번 퀘스트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이 책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었던 점이었다. 어쩐지 의미심장한 내용들로 가득한 책은 아직까지는 그 어떤 퀘스트도 그에게 주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번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챙겨왔지만 이번에도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대전으로 돌아가면 그냥 사망자 확인센터에 제출해서 보상이나 받자고 철우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금 책을 집어넣으려고 고개를 돌린 철우의 눈에 무언가 이상한 부분이 잡혔다.

  “응?”

  풀 위에 뿌려져 있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건 외계종의 체액이었다. 그것도 상당한 양이 일정한 방향으로 뿌려져 있었다. 이 근처에서 이런 체액을 흘릴 정도로 상처를 입은 외계종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철우의 입 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찾았다.”

1. 다시금 릴소의 바통을 이어받은 따봄입니다만... 죄송합니다. 쓰겠다고 해놓고 일주일이 지난 다음에야 겨우 한편 졸작을 올리는 군요 ㅠㅠ 제가 이렇게 손이 느리다니 ㅠㅠ 저 때문에 자꾸 흐름이 끊어지는 것 같아 죄송스럽군요.

2. 사실 목요일에 한 3페이지 분량까지 썼습니다만 쓰다가 한 번 읽어보니 도저히 눈뜨고 봐주기 힘든 녀석이어서 다시 판을 싹 갈아엎는 바람에 최종적으로 7페이지짜리 글을 쓰는데 7일이 걸렸군요 ㅠㅠ

3. 사실 앞부분에 네이브아케아님의 소설스타일도 그렇고 제 앞인 극검님의 소설스타일도 그렇고 다 제가 평소 쓰지 않는 형태의 글이었기에 이번 릴소는 저에게 있어서 일종의 실험과도 같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번 같은 경우는 게임판타지 소설의 형태를 취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기존의 소설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할까 제 색이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고 할까 여하간 머리를 좀 굴린 끝에 게임의 장르를 로그라이크류 mmorpg게임으로 정했습니다. 로그라이크 게임이 뭐냐면 죽으면 그냥 게임 오버인 녀석을 말합니다. 무시무시한 녀석이죠. 이런 게임 누가 하나 싶겠지만 실제로 많은 게임이 출시되어 있고 일본 같은 경우는 진짜 로그라이크 온라인 게임이라는 패기 넘치는 녀석도 나와 있다더군요. 과연 열도의 기상;;; 여하튼 이런 시도가 좀 더 신선한 느낌을 주기를 바랍니다.

4. 아니 근데 왜 아크글틀을 쓸 수 없을까요 ㅠㅠ 일전에 아크글틀을 쓸 수 없다더너 회원분을 몇 분 봤는데 저도 그런 꼴이 되었습니다. 컴을 바꾸면서 운영체계도 윈도우7으로 바꾸었더니 아크글틀은 호환이 되질 않는 모양입니다 ㅠㅠ 이제 추가적인 개발도 하지 않는 프로그램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단순히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윈도우 운영체제가 계속 개편되면서 아크 글틀을 사용할 수 없는 회원들의 수가 훨씬 많아질텐데 그렇게 되면 한시대를 풍미(?)한 아크 글틀도 저물어가게 되는 것일까요... 아쉬울 따름입니다.

내 몸을 움직이는 것은 의지의 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