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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연재/릴레이소설 이벤트 극검의 꼬리를 물어라![완]

릴레이소설 이벤트 극검의 꼬리를 물어라! - 열번째 이야기

열 번째 이야기

Rain〃 the DT

 

  0.

  "그걸 저희보고 믿으라는 소리는 아니겠지요?"
  "대단하군! 자네들은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아는 재주를 지니고 있는가 본데?"
  "젠장…."

  가벼운 욕지기가 터져나온다. 당연하지. 나도 그랬으니까. 박철우는 잠시 추억에 잠겼다. 그는 몇가지 지시 사항을 더 전달한뒤 연단에서 내려왔고, 품 안의 담배를 꺼내 물었다.

  "후…."

  하얀 연기가 흐릿하게 시계를 가린다. 동시에 몽환적인 감각은 애써 잊고 있던 기억을 심연에서 인양한다. 아포칼립스.. 아포칼립스..

  "빌어먹을 아포칼립스.."

  천천히. 아주 천천히.


  1.

  "캠프 A-8 不 5→0"
  "캠프 B-11 不 0."
  "캠프 E-3 不 6."

  고영진은 자신의 미간을 지긋이 누르며 계속해서 들어오는 보고에 대해 일일히 답변을 해주었다.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좀 쉬셔야 하실 것 같으신 얼굴이십니다 교수님."
  "…쉬고 싶은가?"
  "…네. 아무래도 이틀연속으로 밤을 새는건 무리지 말입니다."
  "편히 쉬도록 하게. 나도 눈 좀 붙일 겸. 내일 보자고."
  "감사합니다!"

  자신을 보조하던 장병을 보내고 나서 그는 의자 등받이에 파묻히듯 몸을 뉘였다. 푹신한 가죽은 그를 언제라도 수마의 입속에 던져놓을것 처럼 안락했다. 천천히 의자에 누우던 그때 모니터 위 화면에 띄워진 작은 창 하나가 그의 시선을 어지럽혔다.

  'Apo-9 Offline."

  교수는 담배가 그리웠다. 무척이나.


  2.

  세상은 2012년 12월 21일을 기억하는가? 물론 기억하고 있다. 운석이 지구에 떨어진 날로. 그러나 이것은 철저히 은폐되고 왜곡된 일종의 거짓 정보일 뿐이었다.

  아포칼립스. 이 시대가 낳은 희대의 게임이자 동시에 희대의 생체 실험을 의미하는 이 단어또한 그 본래의 의미는 철저히 가려진 채로 인류에게 전파되어 왔다.

  그리고 오늘날, 인류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최대의 위기를 앞두고 있다. 인류는 무참하게 짓밞혀 유린당할 것이고, 지구는 더 이상 그들의 터전이 아니게 될 인류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과연 인류는 생존할 수 있는가?


  -문서 BC-031. …인류…기록…에서 발췌.-


  3.

  사실 별로 믿고싶은, 아니 그냥 개소리라고 치부해버리고 싶은 그런 이야기였다. 여느 소설에서나 볼법한 그런 통속적인 스토리같은.자신들이 속한 '현실'을 마주보자 그들은 더더욱 그런 얘기였으면 하고 내심 바라마지 않고 있었다.

  아포칼립스.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가상현실 게임이자, 동시에 최초로 행해진 범국가적 반인륜 실험행위를 일컫는 단어. 그러나 그것은 단초적인 한 면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씨발, 매트릭스에서 살아왔다 이말이야?"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럼 바깥에는 외계인이 있고?"
  "그렇다는데?"

  각종 모습으로 왜곡된 아포칼립스의 실체는 인류가 그들의 최후를 막기위해 안배한 범지구적 '대책' 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인류는 외계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들이 혹여 적대적인 행위를 가하고자 할 경우 그것을 저지하기 위한 대책. 그 범위는 종자의 보존부터 넒게는 생체 실험까지. 그리고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의 정신영역에도 그 발길을 뻗쳤다고 했다.

  "그,그럼 저희는 지금 어디로 …?"
  "이 지부를 총괄하는 곳.. 그러니까 일종의 본부로 이동하는 중이지."

  과거 한국, 서울로 불렸다던 도심의 길을 가로질러 가는 군용트럭의 모습은 무척이나 이채로웠다.그 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상처와 고요함, 트럭을 제외하고서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원래 여긴.. 여긴.. 뭐가 있었더라? 도통 기억나지 않는다. 내 이름은? 승.. 승..



  "아까도 말했지만, 당분간은 머리가 혼란스럽고, 속이 메슥거릴거다. 하지만 목숨에 지장이 있다던가 그런건 아니니까 걱정같은건 안해도 돼."

  철우는 옆에 앉아있던 창백한 안색의 남자에게 비닐 봉지를 건네주며 다시금 그들을 둘러 봤다. 6명이라. 이번엔 좀 많군. 덜커덩하며 차체가 흔들릴때 마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그들의 표정을 지켜보며 철우는 말을 이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지금까지 니들이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건 사실 외계인들이 니들을 납치해서 그렇게 믿도록 만든거고, 니들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 '게임'에서 탈출한 사람들이다. 라는 식의 설명과 비닐 봉지가 오가면서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4.

  코 끝을 찌르는 커피의 향기. 타오르는 석양의 아지랑이. 어디선가 은은하게 들려오는 음악소리. 입안 가득 메우는 달콤한 과자의 맛. 부드럽게 스치는 바람결.

  "저를 부르신 용건이 무엇입니까. 'A' 여."
  "…이번 아홉번째 합일에서 마지막으로 빠져나간 자들이 어디로 반출되었는가?"
  "…[섹터 3]입니다."
  "…"

  정오에 맺혀있는 이슬. 식어버린 불꽃의 열기. 멈춘 심장의 고동소리. 날카롭게 피부를 베어가는 눈빛.

  "이만 가보거라."

  'A'라 불린 창백한 피부의 새까만 여자와, 그에게 보고하던 피곤한 남자는 그들이 이곳에 들어온 것처럼, 순식간에 접속을 종료했다.


  5.

  재밌는 건, 탈출한 모든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말이 있다는 것이다. '퀘스트 클리어' 라나? 대부분 그 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마지막 순간 자신은 어떤 '선택'을 했고 그 이후 이렇게 되어있더라... 라는 등의 기본 골자는 모두가 동일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이 일종의 '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가설을 내렸고 이것이 과거 '아포칼립스'로 불리던 한 게임이란 것도 알아 냈다. 자세한 내용은 별첨할 문서 D-39-0-2 '취조 내용/아포칼립스'를 참고할 것.

  -조사관 블라레-

[Apocalypse - 10 Online ]


'ㅠ'. 뭔가 시간초과 인것 같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는 레인입니다.

뭔가 열심히 정리해서 완결을 내려고 했지만 미력한 제 필력으로는 무리인듯 하여 최대한 떡밥을 모아봤는데. 어째 더 커진것 같습니다;;;;;

뭐. (-.. 그러합니다.

Dream teller